중국OEM을 처음 진행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사고 나는 구간은 가격 협상이 아니라 시안 확정 단계입니다. 로고를 넣고, 포장을 바꾸고, 색을 맞추는 과정이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한번 양산에 들어가면 되돌릴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중국구매대행이나 중국수입대행으로 기성품만 들여오실 때는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붙이는 순간부터는 다릅니다. 저희가 이우에서 OEM 건을 진행하며 반복해서 본 실수들과, 그걸 막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양쪽이 서로 다른 것을 보고 "확인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화면의 이미지를 보고, 공장은 자기 인쇄기에서 나올 결과를 상상합니다. 둘은 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국 공장의 디자이너나 영업 담당은 대체로 바쁩니다. 파일을 받으면 "OK"부터 답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 OK는 "파일을 받았다"는 뜻이지 "그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진행하면 양산분이 도착한 뒤에 처음 문제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시안 단계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말이 아니라 실물과 문서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아래부터는 그 방법을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로고 파일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JPG나 캡처 이미지를 보내시면 가장자리가 번지고, 공장에서 다시 따라 그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비율이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벡터 파일이 없으시면 제작 의뢰 전에 먼저 만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공장에 맡기면 공장 기준으로 다시 그리고, 나중에 다른 공장으로 옮길 때 그 파일을 다시 받기도 어렵습니다. 파일은 고객 자산으로 직접 보관하시길 권합니다.
모니터에서 본 파란색과 인쇄된 파란색은 다릅니다. 이건 공장의 잘못이 아니라 방식의 차이입니다. 화면은 빛으로, 인쇄는 잉크로 색을 냅니다. 특히 형광에 가까운 색이나 아주 진한 남색은 화면에서 본 느낌 그대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같은 색 번호를 줘도 소재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매끈한 비닐 위의 빨강과 거친 직물 위의 빨강은 다른 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색은 번호만 주고 끝내지 말고, 실제 소재에 찍은 색 샘플로 확인해야 합니다.
색에 민감한 제품이라면 기준이 될 실물 한 점을 공장에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존 제품이나 색견본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이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저희가 현장에서 색을 나란히 놓고 봅니다. 현장에서 같이 보면 이야기가 몇 번 오갈 일이 한 번에 끝납니다.
같은 로고도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에 따라 가능한 표현이 갈립니다. 방식을 먼저 정하고 디자인을 맞추셔야 합니다. 디자인부터 만들어놓고 방식을 고르면 다시 고쳐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 표현의 한계를 모르고 디자인을 확정하면, 공장은 "이건 안 됩니다"가 아니라 "비슷하게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게 의도와 다른 결과물입니다. 되는지 안 되는지를 먼저 물어서 문서로 받아두세요.
저희는 샘플 확인을 두 단계로 나눕니다. 첫 단계는 디자인 시안 확인이고, 둘째 단계는 실제 소재와 실제 공정으로 만든 샘플 확인입니다. 둘을 하나로 합치면 편해 보여도 사고가 늘어납니다.
첫 번째는 평면 시안(목업)입니다. 로고 위치, 크기, 문구 철자, 바코드 위치처럼 배치의 문제를 잡습니다. 이 단계에서 철자 오류를 반드시 잡으셔야 합니다. 영문 철자 하나가 틀린 채로 수천 개가 찍히는 일은 의외로 흔합니다.
두 번째는 실제 샘플입니다. 색, 인쇄 선명도, 마감, 부착 강도처럼 재료와 공정의 문제를 잡습니다. 이 샘플은 양산 라인에서 쓸 재료로 만든 것이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시제품용 별도 재료로 만든 샘플은 예쁘게 나와도 양산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샘플 절차 전반은 샘플 주문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확정한 샘플은 공장도 한 점, 고객도 한 점씩 보관합니다. 나중에 양산품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기준이 되는 건 이 실물뿐입니다. 사진만으로는 다툼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시안을 확정하는 순간 판, 금형, 자수 데이터 같은 준비물이 만들어집니다. 그 뒤에 색이나 위치를 바꾸면 판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미 찍은 분량은 폐기됩니다. 이게 OEM에서 확정이 곧 비용 발생 시점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변경 요청은 확정 전에 몰아서 하는 게 좋습니다. 하나씩 나눠서 요청하면 그때마다 시안을 다시 받아야 하고 일정이 밀립니다. 일정이 어떻게 밀리는지는 중국OEM 비용·기간 글에서 단계별로 설명드렸습니다. 최소 수량과 판 비용의 관계는 OEM 최소 물량 글을 보시면 됩니다.
확정 내용은 말로 두지 말고 문서로 남기세요. 사양서 한 장에 아래 항목을 적고 양쪽이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서식은 발주서·사양서 작성법에 있습니다.
포장에는 로고 말고도 들어가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실 거라면 제품에 따라 표기 의무가 붙습니다. 원산지 표기, 수입자 정보, 품목별 안전 표시가 대표적입니다. 이걸 중국 공장이 알아서 넣어주지는 않습니다. 인쇄 전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야 하는지부터 확정하셔야 합니다. 관련 내용은 원산지·한글 표시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상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우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캐릭터나 브랜드 모양을 그대로 쓰면 통관 단계에서 문제가 됩니다. 공장이 "다들 이렇게 만든다"고 해도 한국 세관 기준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상표와 통관 글을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대신 책임져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고객께서 사용 권한을 가진 로고인지는 고객이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이우 현지에서 이 단계를 대신 챙깁니다. 파일 형식을 점검하고, 공장이 해당 인쇄 방식으로 가능한지 확인하고, 시안이 오면 철자와 위치를 먼저 한 번 걸러서 고객께 전달합니다. 샘플이 나오면 색을 현장에서 보고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드립니다.
다만 한계도 말씀드립니다. 화면으로 보내드리는 사진은 실물과 색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색이 핵심인 제품은 실물 샘플을 한국으로 받아 직접 보시길 권합니다. 샘플 운송에 며칠이 더 걸리는 대신, 양산 후 색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양산 후에는 검품에서 확정 샘플과 같은지 대조합니다.
시안 확정 과정은 이우허브TV에서 현장 모습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산지가 이우가 아닌 품목은 중국 산지 지도에서 어느 도시를 봐야 하는지 확인하세요.
OEM은 시안 단계에서 천천히 가면 양산 단계에서 빨리 갑니다. 반대로 서두르면 양산분을 받고 나서 시간을 씁니다. 진행 방식과 비용은 OEM 제작 안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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